2008년 10월 05일
디아볼릭 (Diabolique, Les Diaboliques, 1955)
(당분간은 올해들어 제가 감상한 영화들 중에서 미처 블로그에 포스팅하지 않고 지나갔던 작품들의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시간이 조금 지났기 때문에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는 단점이 있긴 하네요.)

우리에게 익숙한 '디아볼릭'은 90년대에 나왔던 사론스톤, 이자벨아자니 주연의 '디아볼릭'이다. (물론 마리오 바바의 '디아볼릭'도 있지만 그 영화는 제목만 같을 뿐 상관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50년대 영화의 리메이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오리지널은 얼마 전 타임지가 뽑은 영화사상 최고의 호러영화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으며, '프랑스의 히치콕'이라고 불리었던 '공포의 보수'와 '까마귀'를 만든 앙리 조루즈 클루조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흑백영화이며, 영화내내 배경음악이 거의 없고, 특별한 반전이나 충격적인 이미지는 자제하면서, 캐릭터가 대비되는 두 여주인공의 대사와 동작, 심리상태의 흐름만으로 상황을 전개시키는 영화라서, 지금 관객들이 보기에는 약간의 지루함이나 건조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히려 계속되는 정적이고 싸늘한 분위기 때문에 최근의 스릴러 영화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서스펜스의 체험을 느낄 수가 있는데, 그게 히치콕과 클루조의 서스펜스 구축의 차이점을 만드는 것 같다. (스포일러) 특히 마지막에 죽은줄 알았던 시체가 다시 눈 앞에 나타나는 하일라이트 장면 같은 것은 히치콕이나 다른 감독들이 연출했다면 요란한 배경음악과 충격적인 비쥬얼로 관객들의 쇼킹함을 증폭시키려고 했겠지만, 이 영화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정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관객들에게 그저 그 놀라운 장면을 두 눈으로 조용히 목격하기만 할 것을 권장한다.


줄거리는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소개하면, 아내와 정부가 그녀들을 괴롭혀온 남편을 살해하기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으나 시체가 도중에 사라져서 공포에 떨게 된다는 내용이다. 보통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아내와 정부가 남편을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라이벌 관계로 등장하거나 서로 질투하고 싸우면서 앙숙이 되는 구도가 주를 이루는데,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아내와 정부가 힘을 합쳐서 남편을 물리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 여성들의 연대를 강조하는 페미니즘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고, 중요한 것은 그렇게 작당해서 두 여자가 남편을 살해하는데 성공하지만 그 남편의 시체가 도중에 제 발로 사라져버리는 황당한 반전 이 벌어지면서 이 영화의 진짜 하일라이트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히치콕도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의 판권을 사려고 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말았다는 소문이 있을만큼, 워낙 원작의 내용 자체가 탁월하고 재미있다. 내 어럼풋한 초등학생 시절 기억 속에, 유인촌이 주연한 엠비씨의 베스트셀러극장의 모 에피소드(살해당한 청년이 무덤을 뚫고 다시 돌아와 가해자에게 복수한다는 내용)도 이 원작을 빌려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혹시 기억나시는 분 있으신지????
# by | 2008/10/05 10:19 | 트랙백 | 덧글(4)



